
먼 바다 위,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이 어우러진 그 하루는 우리 부부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품고, 자연이 품어낸 섬에서의 하루 — 그 감동을 차곡차곡 풀어본다.
1. 섬을 사랑한 부부의 꿈 — 외도 보타니아의 시작

외도(外島)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에 속한 섬으로, 거제 본섬에서 남동쪽으로 약 4km 떨어져 있어 유람선으로만 접근 가능하다.
원래는 바위와 잡풀만이 가득한 무인도에 가까운 섬이었다. 그러던 1969년, 사업가 이창호 씨와 그의 아내 최호숙 씨가 낚시차 방문했다가 태풍으로 하룻밤 머물게 된 인연이 계기가 되어, 이 섬을 사들이고 가꾸기 시작한 것이 외도의 새로운 시작이다.
1970년대부터 두 사람은 섬 곳곳에 편백나무, 감귤나무 등을 심고 정원을 구상하며 하나씩 손을 댔다.
오랜 정성과 시간이 흐른 끝에, 1994년 3월 25일 ‘주식회사 외도자연농원’이 설립되었고, 1995년 4월 15일에는 ‘외도 자연농원’이란 이름으로 공식 개장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외도는 ‘외도 보타니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브랜드를 정비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섬이 완전히 조경공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다. 야외 음악당 완공, 정원 확장, 조각 설치 등 여러 건축과 조경 사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2007년 4월 13일에는 CI 개정(외도해상농원 → 외도 보타니아)이 있었고, 같은 해 야외 음악당이 완공되어 본격적인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제 외도 보타니아는 약 840여 종의 아열대 및 난대성 식물이 자라는 해상 식물원으로, 식물과 조각·정원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2. 출항부터 시작된 낭만 — 배 타고 가는 길과 해금강
우리는 아침 햇살이 바다에 반짝이는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표를 받고 출발하자, 거제 본섬을 떠나 바다 위로 나아가는 순간 마음이 설렜다.
그 길 위에서 마주한 것은 해금강의 절경.
절벽마다 새겨진 기암괴석과 파도의 세찬 흐름이 만든 조형미는 마치 자연이 그려놓은 거대한 예술 작품 같았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등 형형색색 모양의 바위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반짝였다.
배가 절벽 아래 스치듯 지나갈 때면 물살이 밀려와 배 뒤가 살짝 흔들리기도 했고, 그 위에서 갈매기들이 유유히 날아올라 우리 곁을 스치듯 지나갔다.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꺼내 건네자, 흰 날개를 퍼덕이며 미묘한 친근감이 형성되었다.
작은 새들이 우리 손끝까지 다가와 새우깡을 받아먹을 때의 설렘, 섬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미 마음은 반쯤 도착해 있었다.

3. 섬 위의 하루 — 정원 속 걸음과 힐링의 시간
외도 보타니아에 도착하자,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했다.
입구에서부터 반겨주는 꽃길과 정돈된 조형물들이 우리 부부의 발걸음을 천천히 이끌었다.
🌸 정원 산책과 만남

다양한 테마 정원—선인장 정원, 허브 가든, 비너스 가든 등—이 구획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푸르른 바다를 배경으로 솟아있는 흰 조각상, 새롭게 단장한 산책로, 그리고 길가 들꽃 하나하나가 우리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정원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걸으며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눴다.
“여기에 저 꽃을 심으면 좋겠다”, “이 나무 아래서 책 읽으면 참 좋겠다” 같은 소박한 꿈을 속삭이며 걸었다.
때때로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작은 폭포 소리와 새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했다.
📸 사진과 기억
파노라마 전망대, ‘천국의 계단’처럼 느껴지는 계단길, 조각 작품 근처 포토존에서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배경이 된 사진을 보며, 우리도 이 섬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조용한 작은 벤치에 앉아,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렇게 좋은 날을 함께 보내니 참 행복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와 새소리가 그 말을 응원하는 듯했다.

4. 섬의 완성과 오늘의 감동 — 기억에 남는 여정
섬이 정식 공원처럼 다져지기까지는 부부의 시간과 노력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
섬 개발은 단순한 조경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세월 속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한라산 기후와 다른 해양성 기후 속에서 식물을 가꾸는 기술적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그 공간을 걸으며, 우리는 그 꿈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실감했다.
섬 곳곳의 나무와 꽃들이, 돌담과 조각들이, 그리고 바다와 하늘이 모두 어우러져 우리를 감싸는 듯했다.
帰路(귀로)를 향해 다시 배 위에 올라 앉았을 때,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갈매기 울음, 파도 넘실거림, 꽃향기와 바람 —
그 모든 것이 하루를 가득 채워주었고,
우리의 마음 안에 소중한 기억 하나가 새겨졌다.
“사랑이 머문 섬, 외도 보타니아”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사랑이 맞닿아 있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며, 마음이 더 깊어지는 여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