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언제나 여행을 부른다. 선선한 바람, 붉게 물든 단풍,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과의 약속. 우리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작은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작년에 예약해두고도 비 때문에 가지 못했던 ‘하동 짚라인’. 아쉬움이 가득했던 그날을 지나, 드디어 내일, 다시 도전한다.
짐을 챙기며 창밖을 바라본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걱정 반, 설렘 반. 남편의 오랜 친구 부부들과 함께하는 이 여행은 우리에게 단순한 나들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1년에 한 번, 가까운 곳이라도 함께 리무진 한 차에 올라 그저 웃고 떠들며 흘러가는 계절을 몸으로 느낀다. 편안한 차량 덕분에 긴 여정도 마냥 즐겁다. 이런 여유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해마다 이맘때쯤 새삼 느끼곤 한다.
이 모임은 어느덧 40년이 넘었다. 아이들 결혼식, 부모님의 장례식, 인생의 크고 작은 고비마다 함께 해 온 벗들이다. 웃을 때도, 눈물 흘릴 때도 서로의 곁에 있던 이들이기에 이번 여행도 그저 ‘편안한 여행’이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아도, 아무 말 없이도 편안한 이 느낌. 그것이 이 가을 여행의 진짜 선물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하동 짚라인이다. 하동 알프스 짚와이어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체험형 관광 시설로, 길이 3.186km의 짚라인을 통해 하동의 아름다운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해발 849m의 금오산에서 출발하여 약 3분 동안 공중을 활강하는 짜릿한 경험은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감동이다. 속도는 시속 80~120km, 무게는 35~90kg 사이면 체험 가능하다. 사전 예약은 필수이며, 날씨에 따라 운행 여부가 결정되기에 하루 전 체크는 꼭 해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 이렇게 가을을 타고 떠나는 1박 2일의 짧은 여행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여행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함께 하는 사람,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짐을 다 챙기고, 다시 창밖을 본다. 가을 하늘이 내일도 오늘처럼 맑기를 바라며, 우리는 또 한 페이지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준비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