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멀리 사는 아들 내외에게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이번 5월에는 큰집 식구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마련해 대접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사촌끼리도 자주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 명절이 되어야 겨우 잠시 얼굴을 보는 정도였고, 그마저도 밀리는 고속도로와 어린아이들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가 늘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복잡한 명절을 피해, 연휴가 생기면 서로 얼굴을 보고 안부를 전하는 쪽으로 마음을 모은 듯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참 고마웠다. 귀한 연휴에 쉬고 싶기도 할 텐데,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찾아뵙고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먼저 말해준 며느리의 마음이 참 예뻤다.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며느리는 식당을 예약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우리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다들 번거롭고 힘든데 왜 굳이 집에서 음식을 하느냐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부족한 솜씨라도 내 손으로 직접 음식을 준비해 대접하고 싶었다. 식당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음식보다 함께 머무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다들 평소에도 맛있는 음식을 잘 드시니 거창하게 차릴 생각은 없다. 그저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가볍게 준비하려 한다. 물론 손이 많이 가고 몸은 조금 고단하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준비하면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가벼워진다.
주말에 오기로 했으니 아직 시간은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무엇을 해드리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조카들까지 오면 어른만 해도 열두 명, 아이들 다섯 명까지 제법 큰 식구가 모인다. 아마 명절처럼 북적북적한 하루가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신혼이었을 때는 늘 이런 풍경이 익숙했다. 집안 어른들이 모이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부엌에서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번거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풍경이 참 따뜻하게 남아 있다.
나는 벌써 손님맞이에 마음이 들떠 있다. 상을 차리는 일보다 더 기다려지는 것은 오랜만에 마주 앉아 나누게 될 웃음과 안부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내어 찾아와 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가정의 달은 꼭 큰 선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의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 밥 한 끼 먹는 시간,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며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하게 되는, 진짜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