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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발자국 4

by 스마트 주여사 202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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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 집에 친정 식구들이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따뜻한 차를 나누며 웃음 섞인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당연히 대화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흘렀고, 부모님 이야기가 빠질 리 없었습니다.

나는 문득 언니들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데… 우리 아버지는 시골 합천에서 어떤 분이셨을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큰언니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아버지는 뭐든 열심히 하셨던 분이었지.”

그 말은 어쩐지 너무 짧아,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물었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차분히, 그러나 확신 어린 목소리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주었습니다.


기억 속의 아버지

아버지는 그 작은 마을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수백 마리의 닭을 키우며 계란을 유통했고, 담배와 삼 농사를 지으며 땀 흘리셨습니다. 또 읍내 조합에서 기술을 배워 마을 부녀자들에게 일거리를 나누어 주셨다니, 그 시절엔 상상하기 힘든 앞선 삶을 살아내셨던 겁니다.

나는 아득한 기억 속에서 마당 가득 울어대던 닭 소리와, 집 옆 담배 굽던 막의 냄새를 떠올렸습니다. 아, 그게 바로 아버지의 땀과 부지런함이 남긴 흔적이었구나….


부산으로 향한 발걸음

그러다 아버지는 큰아들을 공부시키겠다며 결심하셨습니다. 장손만큼은 똑똑하게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우리 가족은 모두 짐을 꾸려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서울 친척이 있었다면 서울로 갔겠지만, 인연은 부산이었지요.
그곳에서의 삶은 기대만큼 녹록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가 고단했고, 아버지는 점점 술에 기대야만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도 살기가 쉽지 않은데, 그 시절에는 온통 ‘카더라’ 소문뿐. 정직하게 일만 열심히 한 시골 청년은, 거친 도시에서 점차 지쳐갔습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을 공부시키려는 그 간절한 마음,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무거운 책임…. 이제 부모가 된 나이가 되니, 그 무게가 어떤 것이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삶은 억울하고도 고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것을 감내하며, 끝내는 하루를 살아내셨습니다.


풍족한 오늘 속에서

오늘의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삽니다.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 찾을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길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는 아버지 세대의 땀과 눈물이 켜켜이 스며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분들의 발자국 위라는 사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속에 남는 건 화려한 성공의 순간이 아니라, 묵묵히 가족을 위해 걸어온 부모의 발걸음입니다.
그 길 위에서 나 역시 오늘을 살고, 내 아이들의 내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길 위의 발자국 5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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