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많은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어떤 분은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 계시고,
어떤 분은 짜증 섞인 말로 간호사를 부르시고,
또 어떤 분은 작은 도움에도 “고마워요” 하고 따뜻하게 웃어주십니다.
그 얼굴들, 하나하나를 바라보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됩니다.
얼굴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살아온 인생이 고스란히 새겨지는 기록이라는 것을요.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분들의 얼굴에는
고단한 인생이 주름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많이 사용한 기계처럼 몸은 여기저기 고장이 났고,
마음엔 여유가 부족해 늘 어딘가 불안하고 날카롭습니다.
그런 어르신들은 작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 화는 누군가를 향한 게 아니라,
한평생 자기 자신을 아끼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에 대한 슬픔이라는 것을요.
반대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분들의 얼굴은 다릅니다.
눈빛이 편안하고, 말투에 날이 없습니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괜찮아요”, “수고했어요” 같은 말을 먼저 건네주시죠.
그분들을 볼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아, 얼굴은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거구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얼굴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요즘 젊은 세대 중엔,
늙는다는 걸 억지로 막으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저는 참 현명하다고 느껴집니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태도,
자기 삶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
그것이야말로 늙어감을 아름답게 만드는 진짜 비결 아닐까요?
요양병원에서 하루하루 마주하는 얼굴들.
그 속엔 살아온 날들이 담겨 있고,
때로는 내가 미래에 갖게 될 얼굴도 그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얼굴은 거울이 아니라, 기억입니다.
살아온 태도, 품은 감정, 말 한마디, 생각의 습관까지
고스란히 새겨져 남는,
오롯이 내가 만들어가는 얼굴.
그 얼굴을,
따뜻하고 온화하게 가꾸며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