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맞이한 휴일의 아침. 커피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우려내며 창밖을 바라본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건, 이제야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순간이다. 주방 테이블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손에 쥐고 있자니, 저 멀리서 ‘로봉이’가 또각또각 움직이기 시작한다. 청소 시간이다.

로봉이는 우리 집 로봇청소기의 애칭이다. 시간만 되면 알아서 부지런히 집 안을 누빈다. 거실부터 안방, 주방까지 척척. 나는 이제 청소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타이머만 설정해두면 로봉이가 알아서 청소를 해준다. 가끔 창틀 닦고 물걸레 한 번씩 돌리는 것이 요즘 내가 하는 청소의 전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아이들 키우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던 시절, 청소는 늘 ‘해야 할 일’ 중 가장 고된 일이었다. 돌아서면 또 어질러져 있고, 걸레질에 먼지 제거에 손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손자가 놀러 와 과자 부스러기를 흘려도, 예전처럼 신경 쓰지 않는다. 로봉이가 있으니까.

이 작은 변화 하나가 내 일상을 얼마나 여유롭고 평화롭게 만들어줬는지 모른다. 바쁘게 움직이는 로봉이 덕분에 나는 느리게, 아주 천천히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조용히 차를 마시며 책 한 권 펼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기계가 대신해주는 가사 노동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만의 시간을 되찾고 있다.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는 이 집에서, 나는 느긋하게 차를 우리며 오늘도 ‘쉼’이라는 단어를 곱씹는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아주 고요하게 사색에잠긴다.
그리고 로봉이는 꼼꼼히 맡은일 충실히 끝내고 자기자리로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