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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아버지의 뒷모습, 그리움이 눅눅해지는 밤

by 스마트 주여사 202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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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유독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낙엽이 지고, 바람이 스치고, 익어가는 감나무를 바라보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나는 이번 가을, 여행길에서 우연히 마주한 감나무 앞에서 오래도록 발길을 멈췄다. 가지마다 주황빛으로 탐스럽게 달린 단감들. 그 모습을 보자, 눈앞에 아버지의 뒷모습이 어른거렸다.

살아생전 아버지는 단감을 참 좋아하셨다. 좋아하시는 걸 넘어서 직접 감나무를 여러 그루 심고 정성껏 돌보셨다. 친정 마당 한켠, 햇살 잘 드는 자리에 줄지어 서 있던 감나무들. 매년 가을이면 어머니와 나는 아버지를 도와 커다란 바구니에 감을 담았다. 노랗고 단단한 감 하나를 따서 조심스레 손바닥에 올려놓고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감나무는 점점 방치되었다. 가지는 제멋대로 뻗고, 예전처럼 풍성하게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 이후로는 친정에 들러 감을 따던 일도 자연스레 끊기게 되었다. 그렇게 가을은, 더 이상 감의 계절이 아닌 그리움의 계절이 되었다.

그런 내게 이번 가을여행 중 마주친 감나무는 너무도 뜻밖이면서도 따뜻한 위로였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단감들을 보며, 나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돌아와 사진첩을 넘기다 우연히 그 감나무 사진을 다시 보았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눅눅한 감정에 잠겨버렸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어쩐지 그 감나무 너머로 보이는 듯했다.

그날 밤, 창밖으로 가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조용한 빗소리 사이로 아버지를 부르는 내 마음이 들리는 듯했다. 감은 말없이 익고, 나는 말없이 그리워했다. 가을은 그렇게, 아버지를 다시 한 번 불러내는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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