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벼가 익어가던 가을이면 우리는 입구가 작은 유리병 하나씩 들고 논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그 병 속을 향해 팔딱이는 메뚜기들을 하나씩 채워 넣는 재미는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고 즐거운 기억입니다. 당시엔 농약도 지금처럼 많지 않아 누런 들판에는 메뚜기들이 지천이었고, 아이들에겐 최고의 놀이이자 간식거리였습니다.

병이 가득 찰 무렵이면 집으로 돌아왔고, 어머니는 그 메뚜기들을 손질한 후 기름에 바삭하게 볶아 반찬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별다른 양념도 없이 볶기만 했는데도, 고소하고 바삭한 그 맛은 어린 입맛에 딱 맞았죠. 그렇게 만들어진 메뚜기 반찬은 도시락 속 반찬으로도 자주 들어갔습니다.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했고, 때로는 서로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은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구하기 쉬운 자연의 먹거리가 반찬이 되고, 간식이 되던 때였죠.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그 반찬을 거부감 없이, 오히려 맛있게 즐겼습니다. 지금 누군가 아이들에게 메뚜기를 잡아오라고 하면 아마 다들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하물며 그걸 볶아 반찬으로 낸다고 하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일 테지요.
요즘 식당에 가면 간혹 번데기가 반찬으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제 딸은 그걸 보며 맛있게 먹습니다. 어릴 적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특유의 향과 식감을 즐기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반면, 제 사위는 번데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런 사위 앞에서도 딸은 오히려 더 맛있게 먹는 듯한 표정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지금 내가 다시 메뚜기 반찬을 앞에 둔다면, 과연 그 시절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아마 그 바삭한 식감은 입안에 남아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어쩌면 조금 망설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 여행 중에 접한 현지의 곤충 요리들을 보면 처음엔 혐오스럽다고 느껴지지만, 결국 그것도 그 나라의 문화이자 추억의 음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메뚜기 반찬이 분명 있었습니다.
지금은 누런 들판을 찾아보기도 어렵고, 그 속에서 메뚜기를 팔딱거리는 모습은 더더욱 보기 힘듭니다. 환경도, 농사 방식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인지 가끔 그 시절이, 그 맛이, 그 반찬이 그립습니다.
메뚜기 반찬. 이름만 들어도 바삭한 추억이 입안 가득 퍼지는 음식.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생생히 살아 있는 그 시절의 맛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