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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린다 — 92세 어르신의 손끝 예술

by 스마트 주여사 2025.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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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만 겨우 보이는 시야, 그리고 완전히 잃어버린 한쪽 눈. 92세라는 나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쉬고 싶을 법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만난 어르신은 그 모든 편견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깨고 계셨습니다.

색칠공부를 시작하면 조용히 붓을 들고, 안내된 색을 정확히 따라 하나하나 빈 공간을 메우십니다. 시력이 거의 없으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작품이 완성될 때면 주변에서 "어떻게 이렇게 잘하셨어요?"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만들기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색종이를 접고, 도형을 맞추고, 손끝으로 감각을 더듬어가며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모습은 마치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 장인의 손길을 보는 듯했습니다.

놀라운 건, 그 연세에 ‘귀찮다’는 말씀을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활동을 이어가도 피곤한 기색 없이, 언제나 차분하게, 조용한 미소로 응답하십니다. 함께 계시는 분들은 그분을 두고 "선비 같으시다"고 표현합니다. 실제로도 말씀하시는 톤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어르신, 힘드시지 않으세요?"라고 여쭤보면, 고개를 살짝 흔드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힘든 건 잠깐이지. 이런 시간이 참 감사하지."
그 한마디에 저는 말문이 막히고,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느끼는 게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몸이 불편해도, 시력이 약해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또렷하고 맑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저 역시 많은 걸 배웁니다. 매일의 시간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것. 이 어르신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바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 종종 '내일'에 의존하며 오늘을 흘려보냅니다. 하지만 92세의 한 어르신은 말씀하십니다.
"오늘 하루도 선물처럼, 감사하게 살아야지."
그 말씀이 오늘 제 하루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리고 손끝으로 완성해가는 인생. 그 어떤 예술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오늘 저는 한 어르신을 통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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