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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남은 유럽의 향기 — 밀라노 두오모에서 마주한 시간의 숨결

by 스마트 주여사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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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밀라노 두오모 앞에 섰을 때, 그 화려함에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발걸음을 멈춘 채 그저 “우와… 우와…”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죠. 사진으로 수없이 봤던 그 장면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진짜 두오모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대리석으로 뒤덮인 성당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수많은 첨탑과 조각상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습니다.

밀라노 두오모(Duomo di Milano)는 단순한 성당이 아니라, 시간과 신념, 기술이 응축된 예술의 결정체였습니다. 1386년부터 건설이 시작되어 완공되기까지 무려 579년이 걸린 이 성당은, 한 세대가 아닌 수많은 세대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초기 설계는 프랑스 고딕 양식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건축이 수세기에 걸쳐 이어지면서 각 시대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혼합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안을 걷는 동안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가 함께 어우러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외관에는 약 135개의 첨탑3,400여 개의 조각상이 새겨져 있어, 어느 방향에서 보든 시선이 멈추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높은 첨탑 위에 세워진 황금빛 성모 마리아상 ‘마돈니나’는 밀라노 시민들의 상징으로, “이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않는다”는 전통이 있을 만큼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두오모의 건축을 담당한 조직, Veneranda Fabbrica del Duomo는 1387년부터 지금까지 성당의 보존과 관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용된 대리석은 밀라노 북쪽의 캔도글리아 채석장에서 가져왔고, 운하는 건축 자재를 옮기기 위해 특별히 개발되었을 정도로 국가적 프로젝트였습니다.

성당 내부는 장엄한 기둥과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햇살이 비치는 아침 시간대에는 그 빛이 색색이 스며들며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합니다. 수세기 전의 사람들이 이 빛 속에서 기도하고 희망을 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저릿해졌습니다.

성당 지하에는 고대 밀라노의 유적들이 보존되어 있어, 그 뿌리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치 건축물 자체가 도시의 역사서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두오모는 단순히 “볼거리”가 아니라, 느껴야 할 장소입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인간의 끈기와 신앙, 예술혼이 한 점의 후회 없이 새겨진 공간. 그래서일까요, 그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이 경건해집니다.

이제 제 사진첩 속 그날의 유럽은 멈춰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길 위를 걷고 있습니다. 사진 속에 남은 유럽의 향기와 함께, 그날 느꼈던 전율은 오래도록 제 안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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