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가족이 함께한 여행. 목적지는 한적한 휴양지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특히 아들 부부에게 의미가 컸습니다. 이제 막 11개월 된 아기를 잠시나마 떼어놓고,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려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벽이 가로막혔습니다.
바로 손주의 심한 낮가림이었습니다.
11개월 손주, 낮가림이 너무 심해요
아기에게는 낯선 환경, 낯선 얼굴, 낯선 기온까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엄마, 아빠 품은 유일한 안정감이었겠죠. 손주는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할머니인 저조차도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1년에 두세 번 보는 할머니 얼굴이 낯설었을 수도 있고, 안아보려 해도 몸이 덥고 땀이 차서 가까이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가까워질 때쯤엔 여행이 끝나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이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로서, 그리고 시부모로서 참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며느리가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여행지에서도 독박육아를 이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유아기의 낮가림, 왜 생기고 언제 사라질까?
낮가림은 생후 6개월 전후부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입니다. 아이가 뇌 발달을 통해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만 의존하려는 본능이 드러납니다.
이 시기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강한 애착을 보이며, 다른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갖게 됩니다. 이는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낮가림은 언제쯤 완화될까요?
보통은 생후 18~24개월 사이에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며, 개인에 따라 3~4세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억지로 아이를 타인에게 맡기려 하지 않고, 아이의 감정과 속도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가까워지는 방법은?
- 무리한 접근보다는 관찰자로 다가가기
- 같은 눈높이에서 조용히 말 걸기
- 반복된 만남과 익숙한 놀이를 통해 친밀감 형성하기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등 주변 어른들도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는 환경을 천천히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의 휴식도 꼭 필요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며느리가 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엄마의 쉼’은 곧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엄마가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아이도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낮가림이 조금 완화되는 시기, 예를 들어 2~3세 이후부터는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분리되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린이집, 놀이 모임 등을 통해 점차 사회성을 키우는 연습을 시작해보세요.
낮가림은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는 첫 걸음입니다. 때로는 부모도, 주변 가족도 지치고 속상할 수 있지만, 아이는 이 시간을 통해 조금씩 세상과 친해지고 있습니다.
다음 만남에는 손주가 조금 더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주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를 돌보는 모든 부모님, 보호자 여러분께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