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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 역귀성, 며느리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따뜻한 변화

by 스마트 주여사 2026.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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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이 다가오면 으레 부모가 자식 집으로 오기보다, 자식들이 고향으로 내려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이번 설에는 며느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버님, 손자가 아직 어려서 장거리 차 타는 게 힘들 것 같아요. 저희가 기차표를 예매해놨는데, 이번엔 역귀성하시는 게 어떠세요?”

순간 잠시 망설였다가, "오  예 곧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우리가 편하게 가면 되지.”

그렇게 우리는 열차를 타고 아들 집으로 향했다. 명절 전 잠시 손자 얼굴을 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우리 역시 설 차례를 지내기 위해 큰댁에 내려가야 했기에 일정은 2박 3일로 정했다.

아들 집에서 보내는 설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손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 같았다. 아이 웃음소리에 집안이 가득 차고,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는 그 온기가 참 따뜻했다.

요즘은 서로 편한 쪽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명절을 보내려 노력한다. 예전처럼 무조건 내려오라 강요하기보다,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어쩌면 옛 조상들 역시 ‘명절’이라는 명분 아래 가족 화합과 친척 간의 소통, 서로의 안부를 묻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형식보다 마음이 먼저였을 것이다.

3일은 아들과 손자와 함께 보내고, 2일은 큰댁 친지들과 차례를 지냈다. 5일간의 설 연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바쁘지만 정겨운 시간이었다.

손자와 놀면서 문득 시대의 흐름을 실감했다. 우리 아이들 키울 때는 작은 게임기를 손가락으로 조작하며 오락을 즐겼다. 그런데 손자가 하는 게임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머리에 VR 기기를 쓰고, 혼자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몸을 움직인다. 가상 공간 속에 들어가 주인공이 되어 온몸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다.

나도 용기 내어 한번 체험해 보았다. 가상 공간이지만 현실감이 느껴졌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진짜처럼 다가왔다. 기술은 이렇게까지 발전했구나 싶었다. AI의 발달로 세상은 무섭게 변해가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고유의 명절 설이라고 해서 차례를 지내야 한다고, 어른이니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점점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마음이다.

이번 역귀성은 단순히 이동 방향이 바뀐 것이 아니었다. 생각의 방향이 바뀌는 경험이었다. 자식의 입장을 이해하고, 손자의 세상을 들여다보며, 나 또한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다.

세대는 다르지만 마음은 이어져 있다.

설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또 한 번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시대는 변해도 가족을 향한 마음만은 변하지 않기를, 그 따뜻함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설을 조용히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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