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카톡방으로 손자의 유치원 생활 소식이 도착했다.

사진과 함께 전해지는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요즘 보기 드문 참 귀한 배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상 앞에 앉아 글자를 배우고, 문제집을 풀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공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리 손자가 경험하는 배움은 조금 다르다.
흙을 만지고, 풀 냄새를 맡고, 작은 생명을 들여다보고, 직접 심고 따고 먹어보는 자연 속 배움이다.

자연에서 배우는 손자의 하루
손자는 유치원에서 개구리를 잡고, 작은 우물을 만들어 올챙이를 키웠다고 한다.
감자를 심고, 버섯을 따고, 때로는 흙투성이가 되어 뛰어놀기도 한다.
요즘은 세 살만 되어도 영어를 배우고, 선행학습을 하고, 학원에 다니기 바쁜 아이들이 많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우리 손자의 유치원 생활은 조금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니, 특별하다기보다 아이답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몸으로 체험하고,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아이에게 오래 남는 진짜 공부가 아닐까 싶다.
“마음껏 놀고 느끼는 것도 공부예요”
가끔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마냥 뛰어놀기만 하다가 나중에 학교에 가면 집중을 잘할 수 있을까, 다른 아이들보다 늦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며느리는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마음껏 놀고, 건강하게 자라고, 많은 걸 보고 느껴보는 것도 공부예요.”
그 말을 들으면 마음이 놓인다.
사실 며느리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이기도 하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바라봐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기에, 나는 믿고 지켜보게 된다.
엄나무순을 먹는

여섯 살 손자
얼마 전에는 며느리가 또 소식을 전해왔다.
“오늘은 엄나무순을 따왔어요. 정말 잘 먹어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엄나무순이라니. 나는 엄나무순은 나이 드신 어른들이나 좋아하는 먹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여섯 살 유치원생인 손자가 그걸 맛있게 먹는다고 하니 신기했다.

두릅도 따서 데쳐 먹고, 어느 날은 버섯전도 해 먹었다고 한다.
자연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따온 것이라 그런지 손자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뭐든 잘 먹고,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특히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랍다.
예전에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만 해도 김치가 맵다고 물에 씻어 먹이곤 했다. 채소보다는 고기반찬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우리 손자는 김치도 잘 먹고, 상추쌈도 잘 먹는다고 한다.
직접 상추를 심고, 고추를 키우고, 따서 먹어보니 채소가 그저 반찬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 된 모양이다.

자연 유치원에서 자라는 아이
손자는 자연 유치원에 2년째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여리고 여리던 아기 같았는데, 이제는 제법 씩씩한 여섯 살 유치원생이 되었다.
많이 뛰고, 많이 웃고, 많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자란다.
작은 벌레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올챙이가 자라는 모습을 신기해하기도 하고, 땅속에서 감자가 나오는 순간을 온몸으로 배운다.
그런 경험들은 단순한 놀이가 아닐 것이다.


자연의 순서를 배우고, 기다림을 배우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일 것이다.
책으로만 배웠다면 금방 잊어버렸을 것들도,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낀 기억은 오래 남는다.
흙냄새, 풀잎의 감촉, 직접 딴 채소의 맛,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웃음소리까지 아이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것이다.

아이답게 자라는 모습이 고맙다
손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작고 여리던 아기가 어느새 자연 속에서 씩씩하게 뛰어놀고, 스스로 먹거리를 경험하고, 새로운 세상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어쩌면 빠른 선행학습보다 넓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험해보려는 용기 말이다.
우리 손자가 지금처럼 마음껏 뛰어놀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며 자랐으면 좋겠다.
흙을 밟으며 배운 단단함으로, 바람을 맞으며 배운 자유로움으로, 자연 속에서 만난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이 넓은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가족 카톡방에 올라온 손자의 하루를 보며 미소 짓는다.
개구리와 올챙이, 감자와 버섯, 엄나무순과 김치까지.
손자의 작은 생활 속에는 어른인 나도 다시 배우게 되는 소중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이는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자연 속에서, 손자의 마음도 몸도 하루하루 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