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눈을 뜨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찬기운에 이불 속에서 한참을 망설이게 되는 계절. 계절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미 가을을 느끼고 있다.

낮에는 아직 햇살이 따사롭다. 그래서일까, 가을은 참 걷기 좋은 계절이다. 오늘 오후에는 시집간 딸이 휴무라고 사위와 함께 친정에 들렀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자연스레 아파트 주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서게 되었다.
손에 따뜻한 커피 한 잔씩 들고, 세 사람이 나란히 걷는 공원길. 단풍이 곱게 물든 풍경 속에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는 그 시간이 얼마나 흐뭇하고 든든했던지 모른다.

사위는 늘 듬직한 모습 그대로 딸 옆을 지켰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공원길을 함께 걷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언제 이렇게 훌쩍 커서, 또 어엿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되었는지… 눈앞에 있는 딸과 사위가 고맙고 대견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흩날리는 순간조차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가을이 주는 감성은 묘하다. 마음속 깊은 곳의 잔잔한 감정을 툭툭 건드리고, 그 안에서 잊고 있던 ‘행복’이라는 단어를 뜨올리게 만든다.

그저 단순한 산책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과 정, 안도감이 너무나 크고 따뜻해서 오늘 하루가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찬바람 속에서도 마음은 따뜻했고, 가을 햇살 아래 웃는 얼굴들 덕분에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이제 가을이 본격적으로 깊어질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런 작고 따뜻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그때의 기분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평범한 하루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낀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