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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숨바꼭질하듯 찾는다 — 기억의 길 위에서

by 스마트 주여사 2025.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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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 어르신께서 신발을 벗어놓으셨다. 아무렇지 않게 웃고 계시지만, 신발을 보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신발은 숨겨야 해. 누가 가져가거든.”

어르신의 오래된 기억 속에는 신발이 참 귀한 물건이었던 것 같다. 신발만 보면 꼭꼭 숨기려고 하신다. 문제는 너무 잘 숨기셔서, 우리 들은 매일 아침 보물찾기를 한다. 이불 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오늘은 양말이 없다고 하셔서 찾아보니, 양말 위에 또 양말을 신으셨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또 하나의 기억이 겹쳐진다.

 

치매는 기억을 조금씩 걷어가는 병이다. 어르신들의 시간은 과거로 거꾸로 흐른다. 이제 막 돌을 지난 아기처럼, 눈 깜짝할 사이 사고가 나기도 하고, 우리가 상상도 못한 행동을 하시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 종일 곁에서 지켜보고, 관찰하며, 말벗이 되어드려야 한다.

 

하지만 모든 어르신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근무하는 이곳, 주간보호센터는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유치원처럼 그림 그리기, 색칠 놀이, 간단한 체조와 음악 시간 등 다양한 놀이 활동이 중심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어르신들은 밝게 웃으며 하루를 즐기신다.

놀라운 건, 부지런한 어르신일수록 정신이 맑다는 것이다. 무언가 하려는 의욕, 손을 계속 움직이는 습관, 대화를 이어가려는 태도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주간보호센터에서 매일 느낀다.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르신들도 한때는 우리처럼 바쁘게 살았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돌보며,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다 지쳐 잠시 쉬고 싶었을지도. 그렇게 잠시 놓은 ‘정신의 끈’이, 다시 돌아오지 못한 채 치매라는 병으로 이어졌다면 얼마나 슬플까.

기억을 잃어가는 어르신들과 함께 있다 보면, 나의 오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고, 정신줄 놓지 않도록 부지런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우리는 매일, 어르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따라 숨바꼭질을 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본다.
주간보호센터에서 마주하는 하루는 그렇게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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