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집의 큰 기쁨, 바로 우리 아들의 생일이다. 늘 정직하고 바른 아이로 자라준 아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어릴 적부터 남다르게 바른 자세상을 받을 정도로 곧은 성품을 가진 아이였다. 그런 아들이 이제는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 나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으니, 세월이란 참 빠르다.
아들이 다섯 살이던 무렵, 그러니까 86년생인 그 시절은 우리나라 누구나 빠듯하게 살아가던 때였다. 지금은 선진국이라 불릴 만큼 발전했지만, 그 당시엔 바나나 하나도 귀했던 시절이었다. 콩나물 100원이면 반찬을 마련할 수 있었고, 바나나 한 개가 800원이나 하던 세상.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을 풍경일 것이다.
그날도 살림을 계획적으로 꾸려가던 나는 1,000원만 쥐고 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반찬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날이었는데, 아들은 시장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바나나를 가리키며 사달라고 졸랐다. 나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가진 돈이 오직 1,000원뿐이었고, 그 돈으로 가족이 함께 먹을 저녁거리를 사야 했기 때문이다.
다섯 살 아들은 이해할 리 없었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어린 마음을 다치게 한 엄마로 남아버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가 바나나 하나를 원했지만, 그마저 허락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너무 안타까웠다. 시간이 흘러도 그 기억은 늘 가슴 한편에 남아 아릿한 상처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아들의 생일이면 나는 어김없이 바나나를 떠올린다. 케이크도, 값비싼 옷도 아닌 단지 바나나. 그때 해주지 못했던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은 것이다. 매년 생일날이면 ‘바나나 값’이라며 작은 돈을 송금한다. 단순히 과일값이 아니라, 그 시절의 미안함과 사랑을 담아 전하는 나만의 생일 선물이다.
3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부족했던 시절의 아픔은 오늘날의 풍족함 속에서도 자꾸 나를 그때로 데려간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의 모든 것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 아들이 건강히 잘 자라줘서 고맙고, 또 성공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 더없이 자랑스럽다.
오늘의 주인공, 사랑하는 우리 아들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늘 미안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바나나 한 송이에 담아 전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정, 그것이 바로 오늘 내가 아들에게 전하는 특별한 생일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