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학병원 신경외과 외래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예약을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시간만 무려 3시간. 앉아 있다 보니 허리도 쑤시고, 졸음도 몰려와 참 힘든 시간이었어요. 저는 그나마 경증 환자라 기다림을 견딜 수 있었지만, 편마비 환자나 휠체어에 의지해 오신 분들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병원 앞 현수막에는 “왜 필수의료 위기가 생겼을까요?”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 문구는 잠시 제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 끝나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
대학병원 외래 진료는 늘 붐빕니다. 환자는 많고, 의사는 적고, 한 명 한 명 진료에 들어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기실의 한숨은 깊어집니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도, 책을 읽어도, ‘내 차례는 언제쯤일까’ 하는 초조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지요.
특히 연세 많으신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이 기다림은 단순한 지루함을 넘어 고통에 가까운 시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고,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큰 부담이니까요.
🏥 병원 앞에서 마주한 문구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데, 병원 입구에 이런 글귀가 보였습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필수의료 포기자 2,000명만 만들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잠시 멈춰 서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의사 부족, 필수의료 위기’라는 말을 많이 접했지만, 병원 앞에서 직접 이런 문구를 보니 현실적으로 와닿더군요.
한쪽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상외과 등 필수의료 인력이 줄고 있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전체 의사 수는 인구 증가율보다 훨씬 빨리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의사 부족’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 어느 쪽이 옳은 걸까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환자의 입장에서 본 현실은 분명합니다.
- 예약을 하고도 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 당장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조차 지쳐가는 현실
- 그리고 병원 앞에서조차 서로 다른 주장들이 맞서고 있는 모순
아마 단순히 ‘의사가 많다, 적다’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들이 버티지 못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힘들고 위험한 과에 지원하는 의사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안정적인 과로 쏠리다 보니 병원 곳곳이 비어 가는 것이지요.
💊 지루함과 씁쓸함 속의 귀가
진료를 마치고 약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약을 챙기면서도 마음 한쪽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단순히 제 하루의 피곤함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위중한 환자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병원에서의 기다림은 단순히 ‘환자의 인내심 시험’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의료 현실을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 마무리하며
오늘 3시간의 기다림은 제게 여러 가지 생각을 남겼습니다.
- 환자는 치료 이전에 긴 대기를 견뎌야 한다는 현실
-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는 점
- 결국 이 부담은 환자와 보호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사실
환자의 자리에서 본 오늘의 경험은 씁쓸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떤 의료 환경을 원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언젠가 기다림이 덜하고, 더 많은 환자가 적시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