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하며 저는 종종 작은 기적들을 마주합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우리 센터 어르신들은 연세가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어떤 프로그램이 주어지든 늘 적극적으로 참여하십니다. 그 밝은 에너지와 열정은 언제나 저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오늘은 병풍 색칠하기' 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색과 선이 어우러지는 병풍은 단순한 미술 활동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감정과 기억을 담아내는 창이 되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제 마음을 울린 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93세 어르신께서 정성껏 완성하신 병풍 그림이었습니다.

그 어르신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착용하고 계시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종종 답답함을 겪으시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때마다 누구보다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오늘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작은 손으로 한 색 한 색 정성스럽게 칠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완성된 병풍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깔끔하면서도 섬세한 색의 조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어르신의 마음까지 느껴졌습니다. 제가 “정말 예쁘게 잘하셨어요!” 하고 칭찬을 드리자, 어르신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예쁘면 가져가.” 하시며 그림을 선물로 건네주셨습니다.

그 순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벅참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리고, 조심스럽게 작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식탁 위에 올려놓고 감상했습니다. 그 어떤 화려한 그림보다 예쁘고, 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그림이었습니다. 단순한 색칠화가 아닌, 삶의 무게를 품은 예술작품이었습니다.
그림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진심은 언어를 초월해 마음을 울린다’는 말처럼, 오늘 어르신의 조용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제 하루를 감동으로 채워주었습니다. 나이를 초월한 열정, 몸의 불편함도 가로막지 못한 의지, 그리고 나눔의 따뜻함까지. 오늘 저는 분명 작은 기적을 만났습니다.
이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우리 어르신들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길 바랍니다. 오늘도 저는 어르신들 덕분에 배웁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