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고즈넉한 거리도, 일본의 정갈한 풍경도 참 좋았지만… 동남아는 늘 망설여졌다. 덥고 습할 거라는 선입견, 낯선 기후와 문화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발길을 멈추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지로 베트남 나트랑, 그리고 빈펄섬을 선택했다.

출발 며칠 전, 베트남에 쏟아진 폭우 소식이 들려왔다. 뉴스에서는 홍수 피해 이야기까지 나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 맞이한 나트랑의 하늘은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조용히 창밖을 적시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번 여행은 날씨 때문에 망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마법처럼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햇살 아래 펼쳐진 리조트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여행 내내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게 나트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은 딸과 아들, 며느리, 사위, 그리고 사랑스러운 손주들까지 모두 함께한 대가족 여행이었다. 우리가 묵은 빈펄섬의 리조트 빌라동은 넓은 쓰리룸에 욕실이 세 개, 여유로운 거실과 프라이빗한 수영장까지 갖춘 완벽한 공간이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툭툭이가 문 앞까지 데려다주니 이동도 편했고, 직원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함은 여행의 만족도를 더해주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음식.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메뉴가 많아 식사 시간이 늘 기대되었다. 특히 망고 주스는 빼놓을 수 없다. 망고 덕후인 우리는 매끼니 망고주스를 빼놓지 않았고, 가격도 저렴해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마사지도, 액티비티도, 전반적인 물가가 부담 없어서 모든 순간이 즐겁고 여유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했던 건 가족이 함께라는 사실. 손자와 마주 앉아 웃고, 손을 잡고 산책하며 보낸 시간은 그 어떤 여행지보다 따뜻하고 빛났다. 4박 5일, 결코 길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우리 모두에게 평생 기억될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돌아오는 날, 가족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 내년 12월에도 또 오자!" 나트랑은 그렇게 우리 가족의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동남아는 결코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더 없이 따뜻하고 정겨운 곳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동안의 선입견을 벗고, 진짜 동남아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