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의 조용한 오후. 창밖으로 비치는 겨울 햇살이 포근하다. 그 고요함을 깨는 전화 한 통.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커피 한잔할래?”
짧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인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시간들이 아쉬울 만큼, 친구의 한 마디는 따뜻하고 반갑다.
서로 다른 직장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보니 얼굴을 맞대고 웃는 일도 드물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우리가 사는 이야기보다 이제는 자식들 이야기, 건강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진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가 주인공인 삶에서 점점 조연이 되어간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알게 된다. 누구나 가슴에 하나쯤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시간이 이어진다. 그렇게 친구는 내 삶의 거울이 되고, 때로는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더 간절해지는 이유다.
저녁 무렵 우리는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저녁은 갈치조림 해먹어. 우리 집에 손질해놓은 갈치 있는데 좀 가져가.”
짧은 말 한마디에 담긴 정성과 마음이 고맙다. 밥상 위 찬거리 하나를 나누는 일이, 마음을 나누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인사를 나누며 우리는 말했다. “건강 잘 챙기고, 다음에 또 보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생각했다.
친구란 과연 무엇일까?
친구는 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 나이 들고, 함께 아파하며, 함께 웃는 사람이다. 꼭 자주 만나지 않아도, 문득 생각나는 얼굴이 있고, 그리움이 가슴을 채우면 그건 친구다. 이해받고 싶을 때, 이유 없이 보고 싶을 때, 말없이 있어주는 사람.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건 삶에 있어 가장 든든한 축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가끔은 이런 따뜻한 하루가 필요하다. 위로와 공감이 오가는 한 잔의 커피처럼.
그래서 오늘, 그 이름만으로도 따뜻해지는 단어.
‘친구’
그 존재만으로도 내 삶이 더 단단해지고, 더 따뜻해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기를, 아니 그런 사람이 되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