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검색창에서 아들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클릭해 들어가 보니, 추억의 사진들과 그 시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풋풋한 청년의 얼굴로 웃고 있는 아들, 지금은 두 아들을 키우며 중년의 아빠가 되어 있다. 예쁨을 받고 있는 며느리를 보니 더욱 사랑스럽고 흐뭇하다.
아들이 내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생활일기처럼 글을 쓰라고. 치매 예방도 되고, 기록이 남아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유산이 된다고 했다. 그 말이 고마워서 지금도 이렇게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며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요즘은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중이다. 특별한 주제를 정해놓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다 보면 떠오르는 생활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 그게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호두과자와 함께한 추억
아들의 블로그 속에서 특히 눈에 띄던 건, 대학 시절 내가 시켰던 호두과자 장사 이야기였다. 그때 나는 아들에게 남 밑에서 일하지 말고, 직접 사업을 해보라는 거창한 말로 설득했다. 허술한 천막 같은 작은 포장마차를 세우고, 아들은 주말마다 호두과자를 구워 팔았다. 착하고 순한 아들은 한마디 거절도 없이 반죽을 준비하고, 등산로 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짠하면서도 대견하다. 지금 동네에 ‘호빙스’라는 가게가 있는데, 호두과자와 팥빙수를 팔며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넓은 매장에 웃음소리가 가득한 그 풍경을 볼 때면, 문득 생각이 든다. “저건 우리 아들이 먼저 시작한 아이템인데… 20년 전부터 계속했다면 지금쯤 체인점 몇 개쯤 가진 사업가가 되었을지도 몰라.” 남편과 함께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세월이 흐른 자리
하지만 아들은 결국 사업보다 안정된 길을 택했다. 대기업에 취업해 성실히 일했고, 지금은 두 아들을 키우며 중년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이렇게 아들과 며느리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 호두과자 장사를 시켰던 일도, 함께 흘린 땀방울도 이제는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돌아보니, 내 젊은 날의 조언이 꼭 옳았던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들은 세상에 부딪히고 경험을 쌓았고, 그 덕분에 지금처럼 든든한 가장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오늘도 이어지는 기록
이제는 내가 아들의 말을 따라 블로그를 쓰며 하루를 채운다. “엄마, 그냥 생활이야기를 쓰면 돼.”라는 아들의 말대로,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본 풍경, 떠오른 추억, 마음속에 스쳐간 작은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 이렇게 글을 남기며 다시 한번 느낀다. 아들의 성장 기록을 우연히 검색창 속에서 마주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나에게 글을 계속 쓰라는 작은 선물 같다는 것을. 그 선물 덕분에 나는 지금도 즐겁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내 삶을 기록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