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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상상도 못 했다.
내가 아이를 키울 땐 ‘아버지가 아기를 업는다’는 건 거의 없던 일이었다.
그땐 늘 엄마가 아기를 등에 업고, 밥하고, 빨래하고, 온 집안을 돌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오늘 아침, 믿기 힘든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 할아버지, 그러니까 내 남편이 — 그 거칠고 무뚝뚝하던 그분이 —
아기를 앞으로 업었다.
띠를 허리에 묶고, 그 작은 아이를 품에 꼭 안은 채로 말이다.
양손은 자유롭지 못했지만, 마음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낯설고, 또 따뜻하던지.
순간 ‘우째 이런 일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남자가 뭘 그런 걸 해”라며 웃었을 텐데,
이젠 오히려 그 모습이 가장 든든하고 멋진 아빠이자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인다.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구나.
시대가 변하고, 마음이 변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변했다.
할아버지 품 안에서 방긋 웃는 손자 얼굴을 보며,
나는 잠시 옛날의 나를 떠올렸다.
등에 업힌 아이가 울면, 나도 함께 울고 웃던 그 시절.
그때는 몰랐다.
그 조그만 생명이 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었는지를.
이제는 그 아이의 아이가 할아버지 품에서 웃고 있다.
참 세월이란 게 신기하다.
무뚝뚝한 남편이 손자를 앞에 업고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며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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