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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사의 에세이

김치 한 상자에 담긴 마음, 멀리 있는 가족의 사랑

by 스마트 주여사 202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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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싶을 때가 있다. 맛있는 반찬을 했을 때, 김치가 알맞게 익었을 때, 손자 생각이 날 때다. 그럴 때면 문득 찾아가 밥 한 끼 차려주고 싶다.

나는 부산에 살고, 아들네는 경기도에 산다. 차를 타고 가도 금방 다녀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먼저 간다.

며느리의 한 통의 전화

며칠 전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님, 묵은김치 있으세요?"

그 한마디가 어찌나 반갑던지. 김장김치가 넉넉히 남아 있다고 하니 며느리도 좋아하는 목소리였다. 가까이 있으면 김치통 하나 들고 툭 다녀왔을 텐데, 멀리 있으니 이번에는 택배 상자를 꺼냈다.

묵은김치만 보내기는 아쉬웠다. 갓 담근 깍두기와 시원한 열무물김치, 밥상에 올리기 좋은 파김치까지 조금씩 담았다. 아들네가 며칠은 반찬 걱정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겠다 싶으니, 포장하는 손은 바빠도 마음은 좋았다.

요즘은 방문택배를 신청하면 기사님이 집으로 와 주신다. 김치가 새지 않게 한 번 더 싸고, 아이스팩도 넣고, 빈틈이 없도록 차곡차곡 담았다. 상자를 닫고 테이프를 붙이는데 손자들 얼굴이 떠올랐다.

영상으로 찾아온 손자들의 재롱

택배를 보낸 뒤 며느리에게 영상 하나가 왔다. 스무 달 된 손자가 매운 깍두기를 작은 입에 넣고는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는 모습이었다. 아직 아기 같은데도 어찌나 야무지게 먹는지,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며느리가 김치를 받고 좋아해 준 것도 고마웠지만, 손자가 깍두기를 먹는 영상을 보내주니 마음이 더 흐뭇했다. 짧은 영상인데도 몇 번이나 다시 돌려봤다. 볼 때마다 웃음이 나고, 멀리 있는 아이가 바로 곁에 있는 듯했다.

그러고는 두 손자 녀석이 재롱을 부리는 영상도 몇 편 더 보내왔다. 손을 흔들고 웃고 저마다 귀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가까이에서 크는 모습을 다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먼 거리가 조금 가까워진 듯했다.

멀리서 보는 아들네의 사랑

우리 아들 며느리가 손자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모습도 세월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깊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이 참 감동스럽다.

특히 온몸으로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모습은 언제 봐도 미소를 짓게 한다. 그 짧은 장면 속에 아이를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보인다. 며느리는 유치원 교사라 그런지 아이의 인성을 중심에 두고 예절도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두 손자들이 예의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 마음은 참 흐뭇하다.

아이들이 한창 재롱을 부릴 때 가까이에서 함께 놀아주고 봐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며느리와 아들도 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될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마음은 자꾸 그리로 가지만, 부산과 경기도의 거리는 마음처럼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도 아들 며느리가 두 아이를 함께 사랑으로 키워가는 모습은 참 대견하고 든든하다. 부모와 자식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딱 맞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듯, 아들은 또 자기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핀다. 세월은 흘러도 부모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가 보다.

김치 한 상자에 담긴 마음

사랑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닌가 보다. "김치 있으세요?" 하고 먼저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반가워서 김치통을 챙기는 마음, 잘 받았다는 연락과 손자들 영상 몇 편에 하루가 환해지는 일.

각자 맡은 자리에서 바쁘게 지내도 아이들과 웃는 시간, 서로 안부를 묻는 마음, 밥 한 끼를 챙기는 마음을 놓치지 않는 모습. 내가 보기에는 요즘 참 현명하게,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단란한 가족이다.

부산에서 경기도까지 가는 것은 김치 상자지만, 그 안에는 엄마 마음도 함께 들어 있다. 오늘도 멀리 있는 아들네가 건강하고, 밥 잘 먹고,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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