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날부터 “싫어”, “내가 할래”라는 말이 부쩍 늘어납니다. 형제끼리 놀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친구와의 관계에서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아이가 버릇없이 굴어서만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알고 다른 사람과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유아기부터 유치원 시기까지 자아와 자기표현이 어떻게 자라는지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알아둘 핵심
- 아이의 자아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몸짓·말·놀이·관계를 통해 조금씩 자랍니다.
- 19개월 무렵의 “싫어”, 울음, 도움 요청은 자기 뜻과 감정을 알리는 자연스러운 표현일 수 있습니다.
- 유치원생은 역할놀이와 말로 자기 마음을 더 많이 표현하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은 계속 필요합니다.
- 형제 갈등은 누가 나빠서라기보다 발달 속도와 놀이 방식이 달라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아이를 성별로 단정하기보다, 각 아이의 기질과 성장 속도를 먼저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1단계. 돌 전후부터 18개월 무렵: 내 마음을 몸으로 알리는 시기
이 시기 아이는 말보다 먼저 울음, 표정, 몸짓으로 마음을 표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반가워하고, 낯선 상황에서는 보호자를 찾습니다. 원하는 물건을 가리키거나 손을 뻗고, 싫으면 고개를 젓기도 합니다.
아직 “내가 왜 싫은지”를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이 마음속에는 이미 ‘내가 편한 것’과 ‘내가 싫은 것’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도와줄 말
- “이게 갖고 싶었구나.”
- “싫었구나. 엄마가 알겠어.”
- “가리켜서 알려줬구나.”
아이의 몸짓을 말로 바꾸어 들려주면, 아이는 자기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법을 배웁니다.
2단계. 18개월부터 두 돌 전후: ‘내가 원해요’가 또렷해지는 시기
19개월 무렵에는 자기 뜻과 선호가 더 분명해집니다. 마음에 드는 것은 꼭 잡으려 하고, 하기 싫은 일에는 온몸으로 거부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싫어”라는 말이나 울음, 큰 소리가 늘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감정이 올라왔을 때 말로 차분히 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기 놀이를 방해받거나 원하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울거나 짜증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아빠나 엄마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한다면, 단순히 화를 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힘드니 알아주세요’라고 관계 안에서 표현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도와줄 말
- “지금 네가 하던 일이 있었구나.”
- “속상했구나. 엄마에게 알려줘서 고마워.”
- “밀면 아파. 손으로 살살 알려보자.”
이때는 긴 설명보다 짧고 같은 말을 반복해 주는 편이 아이에게 더 잘 전달됩니다.
3단계. 두 돌부터 세 돌 전후: ‘내 것, 내가 할래’를 배우는 시기
두 돌 무렵이 되면 아이는 “내 거”, “더”, “내가 할래”처럼 짧은 말로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해 보고 싶은 마음은 커지지만, 차례를 기다리거나 물건을 나누는 일은 아직 어렵습니다.
그래서 형제나 또래와 놀 때 장난감을 두고 다투거나, 가까이 다가온 친구를 밀어내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을 싫어해서라기보다, 내 마음과 내 물건을 지키는 방법을 아직 배우는 중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도와줄 말
- “네가 먼저 쓰고 있었구나.”
- “동생도 해 보고 싶대. 다음 차례를 정해 보자.”
- “화가 나도 때리면 안 돼. 말로 알려보자.”
아이의 마음은 인정하되, 때리기·밀기처럼 다칠 수 있는 행동에는 분명한 선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4단계. 유치원 초기: 역할놀이로 나를 표현하는 시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아이는 만화 주인공이나 동물, 경찰·소방관처럼 여러 역할이 되어 놀이합니다. 몸을 크게 움직이고 모험놀이를 하며 상상력과 에너지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여섯 살 아이가 장난감 칼이나 총을 들고 주인공이 되어 놀이하는 것도 이런 역할놀이의 한 모습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린 동생은 형의 빠른 움직임과 놀이 규칙을 같은 속도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형은 “같이 놀자”는 뜻이지만, 19개월 동생에게는 큰 소리와 빠른 동작이 무섭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님은 형을 무조건 “동생을 괴롭히는 아이”로 보지 않고, 두 아이의 발달 단계와 놀이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함께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놀 때의 안전 약속
- 장난감 칼이나 총은 사람의 얼굴과 몸을 향하지 않기
- 실제로 닿거나 휘두르지 않기
- 동생이 가까이 오면 잠시 장난감을 내려놓기
- 함께하는 놀이는 공 굴리기, 블록 옮기기, 그림책 보기, 보물 찾기처럼 단순하고 안전한 것으로 바꾸기
5단계. 유치원 중·후반: 내 마음과 다른 사람 마음을 함께 배우는 시기
유치원생이 되면 아이는 “내가 먼저 하고 있었어”, “나도 하고 싶어”, “그건 싫어”처럼 이유를 붙여 자기 마음을 말하려 합니다. 친구와 역할을 나누고, 규칙을 이해하고, 양보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감정을 항상 잘 조절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대했던 일이 안 되거나 친구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속상하고 화가 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부모님이 도와줄 말
- “형은 신나게 같이 놀고 싶었구나.”
- “동생은 아직 빠른 칼놀이는 무서울 수 있어.”
- “속상하면 ‘내가 먼저 하고 있었어’라고 말해 보자.”
-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골라 보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성별보다 아이마다 다른 기질을 봅니다
활동적인 남자아이를 보면 “남자아이라서 그렇지”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몸을 크게 쓰는 놀이와 역할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말·그림·인형놀이로 마음을 잘 표현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성별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조용한 남자아이도 있고, 뛰고 오르고 모험놀이를 아주 좋아하는 여자아이도 있습니다. 아이의 기질, 나이, 형제 관계, 자라는 환경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남자아이는 원래 그래”, “여자아이는 얌전해야 해”라고 단정하기보다, 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 흥분하거나 불안해하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활발함은 장점으로 살리고, 다치지 않게 노는 법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법은 꾸준히 알려주면 됩니다.
부모님이 기억하면 좋은 네 가지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
“속상했구나”, “같이 놀고 싶었구나”라고 감정을 먼저 말해 줍니다.
안전의 선은 짧고 분명하게 말하기
“밀면 아파”, “칼은 사람에게 향하면 안 돼”처럼 간단히 알려줍니다.
형과 동생을 비교하지 않기
같은 집에서 자라도 발달 속도와 놀이 방식은 다릅니다.
잘 표현한 순간을 칭찬하기
울기 전에 말했을 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차례를 기다렸을 때 바로 칭찬해 줍니다.

마무리하며
유아기의 자아형성은 아이가 자기 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몸짓과 말로 표현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배우는 과정입니다.
19개월 아이의 ‘싫어’와 도움 요청, 유치원생 아이의 역할놀이와 활발한 움직임은 서로 다른 시기의 자기표현입니다. 부모님이 아이의 마음은 존중하고 안전한 방법을 안내해 준다면, 형제 사이의 작은 부딪힘도 함께 자라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자라는 속도와 표현 방식은 다릅니다. 말이나 반응이 갑자기 줄거나, 발달이 계속 걱정될 때에는 소아청소년과 또는 지역 보건소에 편하게 상담해 보세요.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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