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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이야기 : 아이로태어나 아이로돌아간다.

낯선 공간에 첫걸음을 내딛은 어르신을 맞이하는 마음

by 스마트 주여사 2026.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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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간보호센터에 새로운 어르신 한 분이 오셨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며 괜히 내 마음이 먼저 조심스러워졌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하루의 흐름 속으로 한 발을 내딛는 일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84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곱고 조용한 어머님이셨다. 눈길이 마주치면 살며시 웃어 주셨고, 그 미소는 처음 만난 사람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지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일 만큼 밝고 차분하셨다. 하지만 하루를 함께 보내 보니 짧은 순간의 기억들이 자꾸만 흩어지고 있었다. 방금 나눈 말, 조금 전의 자리, 금세 지나간 시간이 어르신에게는 희미한 안개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노래가 나오자 어르신의 표정이 환하게 달라졌다. 익숙한 가락이 흐르자 밝게 웃으시며 따라 부르고, 손짓과 몸짓으로 리듬을 맞추셨다. 기억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어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즐거움과 흥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의 삶은 기억만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노래와 마음이 기억하는 따뜻함으로도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니게 다가온다. 특히 85세 이상이 되면 치매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하니,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뵙는 일은 때로 내 미래를 미리 바라보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구나 나에게는 친정엄마와 아빠가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기억이 있다. 그래서 ‘치매가 유전이라면 나도 피할 수 없는 걸까’ 하는 걱정이 마음 한쪽에 늘 남아 있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유전적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혈관 건강과 생활습관, 사회적 관계, 꾸준한 활동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의 몸과 마음을 조금 더 잘 돌보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걷고, 혈압과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확인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책을 읽거나 손을 쓰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으며 지내는 일도 뇌를 지키는 소중한 습관이라고 한다.

특히 혈관질환은 치매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의 혈관을 지키는 일이 곧 뇌의 길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어르신도 참 곱고 예쁘게 나이 드신 분이었지만,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은 옆에서 보기에도 마음이 아팠다. 나도 언젠가 저 길 위에 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래도 오늘 어르신의 웃음 속에서 작은 위로를 보았다. 기억이 흐려져도 사람에게 남는 품위가 있고, 말이 조금 엉켜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이 있다. 어르신이 이곳에서 하루하루 낯섦을 덜어 내고, 노래 한 곡에 웃고, 누군가의 손길에 안심하며 지내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오래 사는 것보다 곱게 사는 일을 더 생각하게 된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내 삶을 가능한 한 내 손으로 돌보며,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치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예방은 있다. 잘 걷고, 잘 먹고, 잘 웃고, 자주 만나고, 몸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어쩌면 노후를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큰 결심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살아내는 작은 습관일지도 모른다.

오늘 새로 오신 어르신의 첫걸음은 나에게도 조용한 질문을 남겼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은가.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노후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마음이 조금 숙연해졌지만, 동시에 다짐도 생겼다. 더 따뜻하게 어르신을 맞이하고, 더 성실하게 나를 돌보며, 기억보다 오래 남는 마음의 온기를 지키며 살아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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