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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이야기 : 아이로태어나 아이로돌아간다.

하루를 마감하며 조용히 뒤돌아본 오늘의 마음

by 스마트 주여사 2026.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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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은 왠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루 종일 몸을 움직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음 한쪽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얹힌 듯, 자꾸만 센터에 계신 어르신 한 분의 표정이 떠올랐다.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늘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몸을 다치지 않게 살피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조심스러운 것은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 일이다. 연세는 많으시고 인생의 길은 누구보다 오래 걸어오신 분들이지만, 때로는 유치원 아이들처럼 여리고 순수한 모습을 보이실 때가 있다. 작은 말 한마디에 서운해하시고, 누군가에게 더 관심이 가는 듯 보이면 조용히 마음을 닫으시기도 한다.

새로운 어르신이 센터에 오시면 아무래도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낯선 공간에 적응하실 수 있도록 말을 더 건네고, 자리를 살피고, 식사나 활동도 한 번 더 챙기게 된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계시면 간호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분에게 더 많은 시선이 간다. 아프신 곳은 없는지, 불편한 자세로 앉아 계신 것은 아닌지, 약은 잘 드셨는지 살피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그런데 그 사이, 먼저 계셨던 어르신 한 분의 마음을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나 보다. 하루를 마치고 인사를 드리며 퇴근하려는데, 그 어르신의 표정이 유난히 어두워 보였다. 평소 같으면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시던 분인데, 오늘은 말없이 고개만 살짝 돌리셨다. 그 표정이 집에 와서도 계속 마음에 남았다.

 

아이들로 비유하자면 샘이 많은 아이, 애살이 많은 아이처럼 어르신들 중에도 질투와 서운함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하지만 그 마음을 단순히 고집이나 투정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그것은 “나도 봐주세요”, “나도 여전히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조용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불편함보다 더 외로운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잊힌 듯한 느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어르신들을 대할 때는 특별한 기술보다 먼저 따뜻한 관찰이 필요하다. 새로운 어르신을 챙길 때도 기존에 계시던 어르신께 “오늘도 잘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아까 웃으시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하고 짧게라도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모든 분에게 똑같은 시간을 드릴 수는 없지만, 모든 분이 소외되지 않았다고 느끼게 하는 말 한마디는 충분히 건넬 수 있다.

또한 감정이 예민한 어르신께는 갑작스럽게 설득하려 하기보다 먼저 인정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서운하셨죠”, “제가 오늘 조금 덜 살펴드린 것 같아요”라는 말은 어르신의 굳은 마음을 천천히 풀어준다. 어르신들은 때로 많은 설명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다는 느낌 하나에 안정을 찾으신다.

 

돌봄은 몸만 돌보는 일이 아니다. 표정 하나, 말투 하나, 눈길 하나까지 살피는 마음의 일이다. 그래서 하루를 마치고 나면 몸보다 마음이 더 지칠 때가 있다. 오늘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놓친 마음이 있었다. 그것이 못내 신경 쓰이고 미안했다.

그래도 이런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이 일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완벽하지는 못해도 매일 돌아보고, 다음에는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가려는 마음. 그것이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내일은 그 어르신께 먼저 다가가 조용히 안부를 여쭤봐야겠다. “어제는 제가 마음을 조금 덜 살핀 것 같아요. 오늘은 더 자주 들여다볼게요.” 그렇게 말 한마디 건네면, 어르신의 마음도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하루를 마감하며 오늘의 나를 조용히 뒤돌아본다. 돌봄의 길은 늘 쉽지 않지만, 그 안에는 사람을 향한 배려와 사랑이 있다. 오늘 놓친 마음은 내일 더 따뜻하게 안아드리면 된다. 그렇게 또 하루, 나는 돌봄이라는 이름의 배움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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