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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사의 에세이

오랜만의 시댁 행사에서 문득 느낀 시간의 흔적

by 스마트 주여사 2026.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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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댁 형님들과 사촌들이 함께 모였다. 1박 2일 동안 펜션에 머물며 얼굴을 보고, 밥을 나누고,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자리였다. 젊었을 때는 해마다 한 번쯤 꼭 모여 여행도 다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챙기던 가족들이었다. 그때는 다음 만남을 당연하게 약속했고, 헤어질 때도 “내년에 또 보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예전처럼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어느새 칠십과 팔십을 넘긴 나이가 되었고,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 매년 모이는 일도 쉽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2년 만에 다시 마주한 형님들과 사촌들의 얼굴에는 세월이 남긴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함께 웃고 떠들던 분들 가운데 이미 세상을 떠난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치매로 인해 형제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반가움이 없는 자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반가워서 더 마음이 아픈 자리였다. 서로의 얼굴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음을 쉽게 약속할 수 없기에 더 오래 손을 잡게 되는 자리였다. 멀리 살고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가족의 안부도 전화 한 통으로 대신하게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직접 만나 얼굴을 보는 일이 가장 큰 안부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날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큰시누 형님의 모습이었다. 내가 처음 시집왔을 때의 큰시누 형님은 참 건강하고 따뜻한 분이었다.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셨고, 먼저 마음을 내어 돕는 분이었다. 가족 간의 정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셨고,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늘 애쓰셨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결코 생색이 아니었던 분, 그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몸에 밴 분이었다.

그런 형님이 치매라는 병을 앓고 계신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참 아렸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고 하지만, 막상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만나지 못한 2년 동안 형님은 많이 달라져 계셨다. 아들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기억은 희미해졌고, 일상생활에서도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형님은 요양병원에 계시지 않았다. 남편과 아들이 곁에서 형님을 돌보고 있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도 많지만, 가족들은 형님을 귀찮아하거나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으로 감싸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웃어 주며, 형님을 한 사람의 소중한 가족으로 품고 있었다.

치매로 인해 기억은 많이 사라졌지만, 형님에게서 느껴지는 온화함과 순한 모습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평생 남에게 상처 주기보다 베풀며 살아온 사람의 마음이 어딘가에 남아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형님은 아기처럼 여리고, 또 아기처럼 사랑스러워 보였다. 긴 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날 나는 사랑으로 긴 시간을 함께 견디는 가족의 모습을 보았다.

세월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건강도 기억도, 젊음도 어느 날 문득 우리 곁에서 조금씩 멀어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더 자주 잡아야 하고, 안부를 더 자주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모임은 웃음과 눈물이 함께한 자리였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아직 기억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고, 아직 함께할 수 있을 때 더 자주 만나야겠다고.

세월이 무색해진 자리에서,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결국 오래도록 서로의 곁을 지켜 주는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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